농장 동물이라고 하면 흔히 산업적인 가축을 떠올리기 쉽지만, 시골 마을을 방문해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람과 함께 살아온 소, 염소, 양, 돼지 같은 동물들은 단순한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가족 같은 존재다. 어떤 농부는 새벽마다 소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고, 어떤 할머니는 염소를 쓰다듬으며 대화를 나눈다. 누군가에게 강아지나 고양이가 소중한 반려동물이듯, 이들에게는 오래 함께한 농장 동물들이 그러하다.진료를 위해 시골 마을을 방문할 때면, 단순히 동물의 건강만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과 사람 사이에 쌓인 세월의 흔적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소가 밥을 잘 안 먹어요.” “염소가 요즘 기운이 없어요.” 같은 단순한 증상을 듣고 가지만, 이야..
어린아이가 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서툰 손길로 강아지를 쓰다듬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며, 때로는 서로 장난치듯 쫓고 쫓기며 친해지는 과정이 참 따뜻하다. 그런 순간을 지켜보면 ‘교감’이란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 실감하게 된다.특히 예민하거나 소극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동물과 가까워지면서 점차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처음에는 손을 내미는 것도 조심스럽고, 동물의 움직임에 쉽게 놀라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쓰다듬고, 대화를 하듯 이야기를 건네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보호자들은 그런 변화를 신기해하며 말한다. “우리 아이가 원래 이렇게 표현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요.”진료실에서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방문..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강아지와 달리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 적고, 기분이 좋아 보이다가도 갑자기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두곤 한다. 보호자가 다가가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이름을 불러도 고개만 살짝 돌릴 뿐, 마치 “내버려 둬”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 무뚝뚝한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는 보호자들도 많다. 하지만 고양이는 절대 감정이 없는 동물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가진 존재다. 단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그들도 충분히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보호자에게 애정을 보낸다.나는 반려묘를 키우면서 매일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존재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