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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다친 새를 보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어떻게든 살려보려 애썼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다르다는 것을, 그들에게 함부로 다가가면 오히려 더 큰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처음 야생동물 치료를 경험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친구와 산책을 하던 중, 길 한가운데 쓰러진 너구리를 발견했다. 차에 치였는지 다리를 절뚝이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 순간, 너구리는 날카롭게 이를 드러내며 경계했다.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본능이 느껴졌다.그때부터 나는 야생동물 구조와 치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연민이 아닌, 그들의 본능과 삶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야생동물 치료하는 나의 모습

야생동물 치료는 인간 중심적 사고로 접근하면 안 된다

처음 야생동물을 치료할 때는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프면 약을 주고, 상처가 나면 치료해 주면 되는 일이라고 단순하게 여겼다. 하지만 경험을 쌓아가면서 그것이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은 다친 매를 치료하게 된 적이 있었다. 날개를 다친 채 땅 위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구조했다. 조심스럽게 상처를 치료하고, 영양을 보충해 주면서 어느 정도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매는 인간을 극도로 경계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몸을 떨고, 밥을 주어도 거의 먹지 않았다.그제야 깨달았다. 야생동물은 인간의 손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인간과의 접촉 자체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매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전까지 최대한 인간과의 접촉을 줄이고, 스스로 먹이를 사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야생동물을 치료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그들이 다시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간의 방식이 아닌, 자연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치료였다.

본능을 존중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야생동물은 인간과 다르게 살아간다. 인간에게 친숙하지 않고, 오히려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려 한다. 이를 무시하고 인간의 방식대로 접근하면 오히려 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한 번은 다친 고라니를 치료한 적이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듯 보였고, 다리를 저는 상태였다. 처음엔 가만히 누워만 있었지만, 점점 회복되자 극도로 예민해졌다. 조금만 사람이 다가가도 두려운 눈빛을 하고 몸을 떨었다.이럴 때 중요한 것은 억지로 길들이려 하거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야생동물은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 인간이 할 일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고라니의 경우에도 가능한 한 사람의 손이 닿지 않게 하면서 치료를 진행했고, 결국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이 과정에서 나는 본능을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야생동물은 인간에게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베푸는 친절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

야생동물을 치료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문명을 이루고, 도시를 만들며 살아가지만, 결국 자연과 동떨어져 존재할 수는 없다.한 번은 올무에 걸린 삵을 구조한 적이 있었다. 삵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야생 고양잇과 동물로, 야행성이며 사람을 극도로 경계한다. 올무에 걸린 채 발견된 삵은 심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치료를 진행했지만, 삵은 끝까지 인간을 믿지 않았다.치료가 끝나고 자연으로 돌려보낼 때, 삵은 힘차게 뛰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인간은 때때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사실 자연은 인간이 없는 상태에서도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필요한 개입을 줄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야생동물을 치료하는 것은 단순한 구조 활동이 아니다. 자연을 배우고,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과정이다. 인간의 방식이 아닌, 자연의 방식을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공존을 이룰 수 있다.

야생을 이해하는 삶

나는 여전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다친 새를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야생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지 않고, 그들의 본능과 생존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야생동물과 인간은 다른 세계에 살지만, 결국 같은 자연 속에서 공존해야 한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야생동물 치료를 통해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앞으로도 나는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 나갈 것이다. 인간의 따뜻한 손길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야생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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