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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보호자의 눈을 마주 보며 시작한 첫 진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세심한 손길로 강아지의 상태를 살피고 보호자의 걱정을 덜어주려 노력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불안감이 가득했다. 이 길이 과연 내가 꿈꾸던 수의사의 길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신하게 됐다. 내가 바라는 병원은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라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돈보다 신념, 내 병원의 철학을 정하다 (57편)

돈이 아닌 신념을 선택한 이유

수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생활을 시작했을 때,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내 손에 맡겨진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느 병원에서는 진료보다 매출이 우선이었고,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가 당연한 듯 권장되었다. 보호자의 불안감을 이용해 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모습은 내게 깊은 회의를 안겼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도 들었다. 병원을 운영하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직원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돈 없이 이상만 좇다가는 결국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고 보호자에게 신뢰를 주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내 병원의 철학, 따뜻한 위로가 되는 공간

나의 병원은 철저히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입장에서 운영된다. 보호자와 충분히 소통하고,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스트레스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보호자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쉽다. 내 반려동물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치료비는 얼마나 나올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그래서 나는 보호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꼭 필요한 치료만 권하고,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불필요한 검사를 강요하지 않으며, 보호자가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내 병원은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진료실의 조명과 음악, 대기실의 분위기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다. 많은 동물들이 병원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들이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가 되는 병원을 만들고자 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고민과 노력

신념을 지키면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나 또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했고, 여전히 고민은 계속된다.

병원의 수익 구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돈을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는다. 대신 보호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정직한 진료를 하고, 그 신뢰가 다시 새로운 보호자를 불러올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보호자들에게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질병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예방 진료는 치료보다 경제적 부담이 적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직원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직원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내가 만든 병원의 가치가 직원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모든 진료 과정에서 정직함과 배려가 우선이 되도록 한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에게 신뢰받는 병원이 되기 위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보호자와 만나고, 그들의 반려동물을 치료해 왔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병원이 단순히 치료만 하는 곳이라면, 보호자와의 관계는 일회성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보호자가 신뢰를 느끼고 다시 병원을 찾게 되는 이유는 단순한 치료 이상의 가치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떤 보호자는 치료가 끝난 후에도 꾸준히 병원을 찾아와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때로는 상담을 위해 방문하기도 하고, 보호자의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는 경우도 있다. 병원이 그들에게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뢰다. 보호자와의 신뢰가 쌓이면, 병원의 운영도 자연스럽게 안정될 수 있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과잉 진료를 하는 병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고 단단한 유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고민하고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돈보다 신념을 지킬 때 병원도, 보호자도, 반려동물도 모두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내 병원의 철학을 지키며, 보호자와 반려동물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는 병원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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